[단체비평] 비틀즈
매주 목요일, 삐딱한 대학생들의 통쾌한 비평 시리즈가 쏟아진다
[비틀즈] 내 간 상태 왜 이래?
인상적인 술자리부터 아찔한 술주정까지, 나는 알콜러버 그래서 취해~
“00이가 좋아하는 랜덤게임~ 무슨 게임~” 이제는 익숙해진 멜로디. 대학가는 항상 주정뱅이들로 넘쳐난다. 대학 시절 술 좀 마셔본 4인과 비음주자 1인의 음주 토크. 이번 비평 보고 술 한잔해요~
Q. 대학 생활의 낭만이라 불리는 음주 문화 다들 즐겨?
하품: 술자리 분위기를 즐기는 편이에요. 친구들이랑 떠들면서 서로 헛소리를 해도 용인되는 그 분위기가 되게 좋아요. 그런데 최근 들어서는 저도 모르게 힘들거나 우울하면 “맥주 당긴다”라고 말하기 시작했어요. 사실 저는 원래 술 마시는 거 자체를 별로 안 좋아하던 사람이었죠. 스트레스 받는 걸 술로 푸는 행동에 대해서 주의 깊게 생각하는 편이고 조심하려고 노력하는데 나도 모르게 이제 “맥주 당긴다”라는 말을 하는 걸 볼 때 살짝 놀랐어요. 점점 술에 익숙해지는 모습이 느껴져요. 최근 들어서 술을 조금 즐기기 시작한 것도 영향이 있을 테지만요. 그래서 즐기는 음주와 스트레스 해소를 위한 음주, 그 사이에 경각심을 가지려고 노력하느라 즐기면서도 많이 마신다든지 하는 것 같진 않아요.
짜장: 저희 5명 중에서 전 유일한 비음주자인데요. 술을 마시지 않기 때문에 사실 음주 문화를 잘 알지는 못해요. 아예 술자리에 안 가는 편은 아니지만 제 스스로가 음주를 하지 않기 때문에 여기 계신 분들보다는 제 지식이 얕지 않나 생각해요. 제가 3년간 봐온 바에 의하면 여기 계신 분들은 주당이셔서요.
피망: 제가 이 중에서 제일가는 주당인데요. 저도 하품 씨와 같이 원래 술을 좋아하는 건 진짜 아니었고요. 술자리를 좋아하는 느낌이었는데 그렇게 술을 자주 접하다 보니까 이제는 술을 마셨을 때 오는 알딸딸함이 좋지 않나 생각해요. 주에 1회 마시면 적게 마시는 편이고 한참 마실 때는 주 5회 이상 마셨죠. 그만큼 술 약속을 많이 만들고 술자리 가지는 걸 되게 좋아해요.
꿍얼: 저도 막 술 마시는 것 자체를 좋아한다기보다는 술자리에서 헛소리하는 그 분위기를 좀즐겨요. “우리 시간 되면 다음에 예쁜 카페 가자” 이런 얘기는 많이 하는데 “우리 다음에 술 한번 마시자” 이런 얘기는 잘 안 하게 되는 걸 보면 저도 음주 자체를 즐기는 건 아닌 것 같아요.
건성: 저도 음주를 즐긴다고 말하기는 조금 모호한 게 여전히 치킨을 먹어도 회를 먹어도 사이다가 먼저 생각나지 맥주나 소주가 먼저 생각나지 않아요. 근데 그런 것부터가 음주를 좋아해서 마시는 건 아니란 말인거죠. 만약에 질문이 “탄산음료를 즐기세요?” 였으면 맞다고 답할 수 있지만 “음주를 즐기세요?” 했을 때 맞다고 답하는 건 불가능해요. 어떤 음식을 봐도 아직까지는 술보다는 탄산음료가 먼저 생각나요. 그리고 술자리의 분위기를 좋아하는 거지 술이 좋아서 그 자리를 만드는 건 아니에요. 분위기를 맞추기 위해 술을 먹는 거죠. 이기적이게 생각하면 저는 사실 술 안 먹고 그냥 사이다 먹을 때가 더 많아요.
Q. 늘 말이 많은 음주 강요, 경험해 본 적 있어?
건성: 아무래도 술 권유가 가장 많이 일어나는 곳은 회식이나 MT라고 생각해요. 그중에서도 회식보다는 MT가 좀 세다고 느끼는데요. MT는 어찌 됐든 같은 과 선배와 후배가 한자리에 있다보니까 MT에서는 소위 말해 신입생을 죽인다고 표현하죠. 술로 죽이겠다라고 표현을 하는 것처럼 MT에서는 늘 강요가 많은 것 같아요. 제가 새내기 때 MT에 갔을 때 진짜 더는 못 마시겠는데도 불구하고 미친 듯이 게임을 몰아서 하는 등 별의별 방법으로 강요를 당했던 기억이 나요. 저는 제 옆에 있는 동기와 짜고 쳐서 포카리처럼 소주와 비슷한 색의 음료를 몰래 반 정도 깔아두고 그 위에 소주를 반만 따라서 마셨어요. 이러기 위해선 학과 선배와의 거리 등 여러 조건이 맞아야 하지만 요령을 부려서 술 강요를 피했던 것 같아요.
피망: 저는 개인적으로 제가 느꼈을 땐 애초에 이 사람이 술을 안 마시는 사람이고 그 사실을 아는 상황이라면 그 사람한테 술을 강권하는 경우는 많이 못 봤거든요. 그런데 마시던 사람이 안 마시면 되게 질타가 쏟아지는 경향이 짙은 것 같아요. 저는 술을 즐기는 편인데도 사람인지라 너무 술이 먹기 싫은 날이 있었어요. 그런데 “너는 왜 맨날 술 마시다가 안 마시냐” 하면서 강요 받았던 기억이 나요. 그리고 전 주종을 가리는 편이기도 한데 소주를 강요하셨죠. 그래서 처음으로 술을 버려봤어요. 종이컵을 밑에다 두고 마시는 척하면서 거기에 버렸던 기억이 있어요. 은근히 술자리다 보니까 안 마시고 그러는 게 눈치가 보일 때가 많아요. 저도 사실 눈치를 주는 편이기도 한데요. 대학가에선 술을 권유하고 눈치를 주는 게 특히나 더 당연시됐다고 봐요. 안 마시면 재미없다라는 인식도 좀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꿍얼: 비음주자인 짜장 씨 의견도 들어야겠지만 저도 피망 씨랑 비슷하게 생각했던게 애초에 술을 아예 안 마시는 사람한테는 처음부터 권하지 않는 것 같아요. 제 주변에서도 그랬고요. 그런데 술이 가능한 사람이 술을 안 마시는 경우엔 그에 대한 정당한 이유가 필요했어요. 진짜 술을 안 마시고 싶은 날이 있을 수도 있고 술을 마시면 안 되는 날이 있을 수도 있는데 그때마다 정당한 이유를 대지 않으면 “그냥 마셔 빼지 좀 마” 이런 식으로 얘기를 들었던 기억이 나요. 심지어 정당한 이유가 있어도 술을 강요 받았던 때도 있는데요. 예시를 들자면 항생제를 먹어서 술을 못 먹는다고 얘기를 했음에도 저한테 부모님이 좋아하겠다고 효녀라며 얘길 하셨던 분이 떠올라요. 비꼬는 듯한 뉘앙스가 굉장히 기분 나빴어요.
짜장: 저는 약간 유예가 되고 있다는 생각이 자꾸 들어요. 대학생 때 안 먹어도 직장 들어가서는 마셔야 하니까 그때 가면 어떻게 할 거냐는 얘기도 많이 들었어요. 그런데 저는 평생 술을 먹을 생각이 없거든요. 그런데 인생을 살아가며 필수적으로 음주를 해야만 상황이 온다는 전제하에 하시는 조언을 자주 들어요. 그리고 재미없게 사는 거 아니냐, 대학교 MT도 가서 친구들하고 거나하게 취하는 것도 대학생의 즐거움이다 등등 말씀을 많이 하시더라고요. 그러면서 저한테 조심스럽게 많이 물어보세요. 사실 그냥 태생부터 비음주자로 살아야겠다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그거에 대한 이유도 정당성이 자꾸 요구된다는 생각이 들어요. 저는 그래서 늘 다양한 버전의 변명을 준비하고요. 그냥 안 먹는다는 선택지로는 사람들이 별로 납득을 안 하더라고요. 그래서 그때마다 필요한 변명을 저는 취사선택하는 편이에요. 그리고 제가 술자리에 가는 건 전 상관이 없는데 술 마시는 사람들이 자꾸 신경 쓰면서 “안 먹는 애가 여기 왜 왔지?” 이런 눈치도 저는 어느 정도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자꾸 포지션이 애매해지는 것 같아요. 따지고 보면 사실 저도 안 마시니까 안 가고 싶죠. 근데 가긴 가야 하고 근데 가면 그 사람들이 눈치를 보고 그런 상황이 저보고 어쩌라는 건지 잘 모르겠을 때도 있어요. 그래도 요즘은 그냥 당당하게 얘기하는 편이에요. 비꼬는 듯한 뉘앙스가 있으면 저도 뻔뻔하게 감사합니다 하고 말아요.
하품: 저도 술자리에서의 술 강요는 은연중에 계속 나온다고 생각해요. 솔직히 말해서 흔하게 분위기 띄우는 용으로 하는 말인 첫 잔은 원샷 이런 것도 강요가 될 수 있죠. 사실 권유랑 강요는 진짜 한 끗 차이라고 생각하는데 상대방이나 자신의 위치 또는 입장을 고려하면서 스타일을 파악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봐요. 그런데 지금의 술자리는 개개인의 성향과 컨디션보다 분위기를 띄우는 거에 더 치중된 느낌이에요. 회식 같은 데 가면 진짜 어쩔 수 없이 다 마셔야 하는 상황이 생기잖아요. 그러다 보니까 술자리가 살짝 부담스러워질 때도 있죠. 그리고 미디어에서도 비음주자에 대해 안주를 축내고 술을 마시지 않아서 분위기를 깨고 잘 어울리지는 못하는 사람 이런 식으로 묘사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어쩌면 재미있으라고 하는 말인가 싶긴 한데 술을 먹지 않는 사람에게는 부담이고 강요일 수 있겠다 생각했어요.
짜장: 하품 씨 얘기를 듣다가 든 생각인데 술 안 먹는 사람이랑 술 마시는 사람들이 같이 술자리에 가면 나중에 정산에서 문제가 생긴다는 얘기도 들었어요. 예를 들어 술 안 먹는 사람은 술값을 빼주고 안줏값만 N빵하는 거요. 그런데 솔직히 술 안 마시는 사람도 눈치가 보여요. 나만 특별 취급하는 것 같아서 그냥 안 먹었어도 N빵하자 이렇게 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그리고 혼자서만 맨정신인 거에 대한 부담도 어느 정도 있어요. 저를 제외한 사람들이 취하면 사실 대화가 그렇게 잘 통하지 않아요. 그렇다 보니까 술자리 자체는 힘든데 비즈니스적으로나 어쩔 수 없이 술자리가 생겼을 때는 또 필참해야 되니까 그럴 때 비음주자로서 어떻게 태도를 취해야 할지 고민이 들어요.
Q. 본인이 술을 마시는 순간은 언제인 것 같아?
건성: 보통 회식 아닐까요? 회식이라는 건 결국 단합을 위해 진행이 되는 거니까요. 다 같이 일을 하고 다 같이 뭘 하기 때문에 합이 중요하단 말이에요.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어쨌든 친해져야 하고 다 20대 초반이고 그러니까 가장 만만한 술을 마시는 것 같네요. 안 마시면 강제로 마시라고 하는 건 아니지만 다 같이 놀 때 한 잔이나 두 잔 정도는 모두가 마시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술이 요구되고 제가 술을 마시는 순간은 회식이지 않나 싶어요.
꿍얼: 저는 친구들이랑 만났을 때 애들이 잼얘가 있다고 하면 술을 마시러 가는 것 같아요. 보통 연애사에 관련된 일이라든지 최근에 몹시 화나는 일이 있었다든지 이런 얘기를 하죠. 맨정신에 할 수 없는 얘기들을 술 마시면서 하는 것 같아요. 사실 저는 혼술도 조금 하는데 너무 힘들거나 기분 나쁜 일이 있거나 약간 뇌를 마취하고 싶을 때 주로 하는 것 같아요.
하품: 저도 비슷해요. 저는 가까이 사는 친구들이랑 저녁에 만날 때가 있어요. 보통 산책을 하고 나면 친구는 술을 마시지 않고 저 혼자 가볍게 맥주 마시는 경우가 잦아요. 집에서 혼술은 해본 적 없지만, 앞선 두 분과 비슷하게 회식이나 모임에서 술을 가장 많이 접하죠.
피망: 솔직히 혼자 술 마시면 너무 맛이 없어서 한 캔도 못 마실 때가 많아요. 그래서 혼술을 그리 즐기진 않는데 저녁에 잡힌 약속일 때 술 마실 거냐고 물어보는 편이에요. 사실 그냥 마시자 하면 다 마시죠. 이럴 때 마신다기보다도 그냥 술 생각이 자주 나요. 그래서 이제 한 번쯤 마실 때 됐는데 하면 마시는 것 같아요. 또 오래 여는 카페나 식당은 주변에 많이 없어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술집을 가는 경우도 많은 것 같네요.
짜장: 예전에 저희가 가졌던 술자리를 생각해 보니까 맨정신이기 어려울 때 마시는 것 같아요. 저는 술 한 모금 마시지도 않았는데 그날 가게에 지갑을 두고 왔거든요. 진솔한 얘기를 해야 할 때 약간 이거는 도저히 맨정신 얘기 못하겠다 그럴 때 가는 거 아닌가 싶긴 하네요.
Q. 가장 기억에 남는 술자리가 있다면?
건성: 예전에 술을 진탕 마시고 술집에서 의자를 붙이고 누워서 자다가 직원분한테 혼난 날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직원분한테 두세 번 연속으로 혼난 게 처음이어서요. 지금은 일정 시간대에 잠드는 게 제 술버릇인 걸 알아서 그러려니 싶은데 그때가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당시 제 선배가 저를 보며 “모르는 사람이에요”라고 했던 게 진짜. 너무 어이가 없었어요. 몸은 취해서 안 움직이는데 머릿속으로는 다 들리니까 지금 뭐라고 하신 거지 싶었어요.
꿍얼: 저는 사실 23년도 2학기 신문사 마지막 활동 당시 술집에서 단체로 울었던 거. 건성 씨 편지를 받고 7명이 단체로 울었죠. 술을 안 먹는 짜장 씨도 운 걸 생각해 보면 술인지 분위기인지 뭔가에 취했나 봐요. 우리가 2년 동안 쌓아온 게 있으니까 되게 울컥했고 슬펐고 근데 또 되게 감동적이었고 재미있고 이래서 기억에 좀 많이 남는 것 같아요.
피망: 두 가지 정도 생각나긴 해요. 우선 첫 번째로 생각이 나는 건 어느 순간부터 신문사에 이상한 루틴이 하나 생겼어요. 술자리를 하면 다 같이 진실 게임을 시작하는 문화가 생겼고요. 그리고 제 기억이 맞으면 처음으로 노래방을 간 것도 그때인 것 같아요. 원래 신문사에서 술을 마시면 엄청 길어지는 것도 아니었고 매번 1차나 2차 갔다가 끝나는 느낌이 있었는데 그날 이후로 맨날 루틴처럼 막차 끊겼다 싶으면 전부 노래방을 가기 시작했죠. 솔직히 냉정하게 말하면 일부러 막차 끊길 때까지 먹는 것 같아요. 이런 루틴이 생긴 게 인상 깊죠. 그리고 진짜 잊을 수 없는 술자리가 하나 생각나요. 저희 중에 누가 연애를 한다는 걸 알게 된 날인데요. 그때가 신문사 일로 한 2주 정도 거의 잠을 못 잤을 때였어요. 근데 그 지친 몸을 이끌고 정문 앞에 있는 술집에 가서 추궁했던 기억이 저한테는 가장 인상적이네요.
하품: (심의상 2개의 썰을 삭제했습니다) 처음으로 밤새 술 마신 날 제가 지하철역에서 잠에 들어서 원래 1시간 30분이면 가는 거리를 3시간에 걸쳐서 간 게 기억에 남아요.
짜장: 저는 항상 워크숍을 잊을 수가 없어요. 매 학기 워크숍 빌런들이 생겨요. 근데 빌런이 자꾸 진화하는 거죠. 저는 항상 맨정신이니까요. 워크숍에 가면 다들 1일 차에 업무를 다 끝마치고 2일 차 저녁부터 본격적으로 풀어져서 노는 시간을 가지잖아요. 그냥 동어 반복하는 사람도 있고 제 손에다가 숙취 해소 젤리를 그대로 뱉은 채 주무신 분도 있어서 그게 끝판왕인 줄 알았어요. 근데 후배들하고 같이 워크숍을 갔을 때 진짜 가관이었어요. 저희보다 한 학번 후배인 분이 말을 엄청 많이 걸고 갑자기 무슨 배드민턴을 치러 나가자, 아이스크림을 사러 가자는 둥 말도 안 되는 말씀을 하셔서 애를 먹었던 것 같아요. 그거 말고도 기억에 남는 걸 번외로 하나 얘기하자면 피망 씨가 술집 화장실에서 안 나와서 열쇠로 열고 들어갔는데 사람이 그렇게 처량하게 앉아 있는 걸 처음 봐서 마음이 너무 아팠고요. 취해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들이 너무 많네요. 그때 당시에는 아찔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그냥 웃긴 에피소드가 더 많은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제 흑역사는 아니고 다 여러분들의 흑역사이기 때문이죠. 다들 제가 유튜브를 하지 않는 걸 고맙게 여기셔야 할 거예요.
피망: 저는 워크숍 때 매번 취해서 먼저 잠에 드는 포지션이었다 보니까 모두가 취한 이후의 상황을 알기가 어려웠거든요. 새벽에 깨서 같이 치운다거나 그런 적은 있었어도 아예 그냥 맨정신으로 그 워크숍 밤을 버텨본 적이 없어요. 근데 제 마지막 워크숍이 유일하게 맨정신이었던 워크숍이 됐는데 그때 짜장 씨를 바라보면서 항상 워크숍 때 이런 기분이었겠구나를 뼈저리게 느끼며 동지애가 생겼던 기억이 나네요.
Q. 요즘 MZ는 술자리에서 이렇게 논다 싶은 거 있어?
피망: 저는 기억에 남는 게임이 하나 있어요. 아마 다들 아실 텐데 악마의 게임이라고 진짜 악마 같은 게임 하나 있거든요. 사람이 죽어야 끝나는 게임인데요. 그게 술잔을 앞에 둔 다음 홀짝을 해서 맞춰야만 넘어가는 거예요. 근데 그 과정에서 계속 술을 따르죠. 한 바퀴 돌기도 전에 2병은 사라지는 게임이라 너무 끔찍했던 기억이 나요. 소주를 한 번에 그 정도로 들이붓는 경우는 거의 없으니까요.
건성: 술자리 재미 하니까 딱 두 가지가 생각나는데 주루마블도 그렇고 딸기당근수박참의멜론 게임이 떠올라요. 주루마블 같은 경우는 대학에 처음 와서 기대한 랜덤게임이 아니라 주사위를 돌리면서 계속 마시게 되는 그 무한의 굴레가 너무 충격이었어요. 그리고 술 게임에도 옵션을 걸 수 있다는 게 너무 기억에 남아요. 노래를 부르면서 좌에서 3명 우에서 3명 옵션을 거는데요. 한 명이 걸리면 왼쪽에서 3명, 오른쪽에서 3명 총 7명이 술을 마셔야 하는거죠. 그리고 딸기당근수박참외멜론게임은 순서대로만 말하면 된다고 알려주다가 후배들이 잘 살아 있으니까 갑자기 리믹스 버전으로 바꿔서 거꾸로 얘기하는 거예요. 그때 정신을 못 차리고 재미보다는 살아야겠다 하면서 진행을 했죠. 이런 술자리에서는 게임도 있지만 마실 때 특유의 BGM 깔아주는 것도 재미 요소라고 생각해요.
꿍얼: 옛날에 저희 과 선배들이 얘기해 준 게 생각이 나는데요. 저는 당해본 적이 없어서 잘 모르지만 MT를 가면 달빛 산책을 조심하래요. 달빛 산책이 뭐냐면 선배들이 조금 마음에 드는 후배한테 가서 달 보러 가자 그러고 같이 밖에 나와서 달 보는 게 달빛 산책이라고 하더라고요. 이것도 술자리에서만 할 수 있는 문화인 것 같아요. 왜냐하면 다른 사람들은 다 술 마시고 게임하는데 정신이 팔려있을 때만 할 수 있는 행동이니까요. 맨정신에 하면 소문 다 나잖아요.
하품: 병뚜껑 꼬리를 손가락으로 쳐서 떨어뜨리는 사람이 마시는 것도 기억나고요. 그거 말고 제일 많이 했던 건 제로 할리갈리인 것 같아요. 제로 게임이랑 할리갈리를 합친 건데요. 제로 게임은 부른 숫자만큼 손가락을 들면 이기는 거잖아요. 근데 할리갈리랑 접목해서 제로 게임에 해당하는 숫자가 되면 할리갈리처럼 손을 치는 거예요. 옹기종기 모여서 해야 하는 게임인 만큼 술집에서 하면 약간 난장판이 되지만 인상적인 게임이에요.
Q. 믹솔로지의 시대, 즐겨 마시는 술 조합이 있다면?
꿍얼: 밀키스 주가 정말 맛있었어요. 소주1, 맥주1, 사이다1 이렇게 넣으면 밀키스 맛이 난다는 거였는데 사실 밀키스 맛이 나는지 잘 모르겠지만 소주, 맥주 맛이 아예 안 나요. 되게 맛있어요. 물론 그리곤 다음 날 숙취로 고생하죠. 다음 날 일정이 없으면 한 번쯤은 더 마시고 싶은 맛이었어요.
피망: 저는 의외의 조합이었는데 그때 당시 혀가 마비된 거일 수도 있어서 지금 다시 먹으면 맛없을 것 같기도 한데요. 복분자 한 병에 소주 2병 타는 거 저 솔직히 좀 맛있었어요. 복분자 소주 소주 줄여서 복소소인데요. 저는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던 기억이 있어요. 그리고 최근에 유행해서 해봤던 것 중 하나가 소주 한 병에 아이스티 가루를 붓는 거였거든요. 뭔가 돌이켜 생각해 보면 나쁘지 않았던 것 같기도 하고 나빴던 것 같기도 하고 그렇네요. 뭐 따지고 보면 전 결국 정석 조합인 소맥을 제일 좋아해요. 달아요.
하품: 제가 따로 만들진 않는데 하이볼이나 칵테일류를 되게 좋아해요. 술집 가서도 하이볼 같은 건 많이 마시기도 하고요. 소주 맥주가 진짜 입에 안 맞던 때 이렇게 술을 먹기도 하는구나 알게 된 건 하이볼류 덕분이죠. 술맛이 많이 안 나는 하이볼 중 얼그레이 하이볼 같은 걸 좋아해요.
건성: 저도 술을 즐겨 먹는 편은 아니지만 기본이 베스트잖아요. 소맥이 제일 좋다고 생각해요. 저는 소주를 못 먹는데 다른 사람들이 소주를 먹고 싶다 하면 같이 소주는 못 먹지만 그래도 소맥으로 섞어서 먹을 수 있단 말이에요. 그래서 그 소맥이 제일 좋은 조합이지 않을까 싶어요.
Q. 스트레스 해소 수단으로서의 음주, 어떻게 생각해?
꿍얼: 저는 자주 그렇게 하는 편이에요. 솔직히 도피처로 술을 찾는 것 같긴 한데 그다음 날 또 속이 안 좋고 이러면 다시 스트레스가 쌓이더라고요. 그럴 때마다 느끼는 게 다른 도피처나 다른 스트레스 해소 방법을 찾는 게 건강할 것 같다는 생각을 매번 하고 있어요. 술을 마셨다고 해서 막 속이 후련해지진 않더라고요. 당장의 그 감정은 잊혀질 수 있어도 죄책감이 같이 따라오는 것 같아요.
건성: 전 도피처로 술을 안 마시긴 해요. 술을 마시면 다음 날에 머리가 아픈 편이라 술보다는 매운 걸로 푸는 편이에요. 그런데 스트레스 해소 수단으로 음주를 하는 게 막 나쁘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어찌 됐든 간에 사람한테 도피처는 있어야 하니까요. 근데 그게 너무 과도하면 알코올 의존이 될 수 있잖아요. 그래서 과하지만 않다면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서 술을 마시는 건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싶어요. 이 각박한 세상 속에서 그런 거 하나 없이 살면은 더 힘들지 않을까요?
하품: 요즘 들어서 퇴근하고 지칠 때나 약간 기분이 안 좋거나 우울할 때 술이 진짜로 당기는 날도 있긴 하죠. 힘들 때 무의식적으로 찾는 느낌이 들어서 그러지 않기 위해 조절하려 해요. 음주에 대해 경각심이 확실히 있어서요. 그래서 저도 건성 씨처럼 매운 걸로 풀어요. 불닭볶음면이랑 바나나 우유 사서 들어가는 게 저만의 스트레스 해소 루틴이거든요. 그래서 저도 매운 걸로 풀지 술로는 풀지는 않는 것 같아요.
짜장: 제가 음주를 하지는 않아도 주변에 음주를 하면서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친구들이 간간이 있어요. 그런 친구들을 보면 좀 안타까운 게 하고 나서 다음 날 일어났을 때 기분이 안 좋으면 하지 말아야 하고 다음 날 일어났을 때도 내가 상쾌할 만한 것들을 해야 스트레스가 해소된다는 말이 있잖아요. 오히려 내가 기분이 좋아서 마시는 건 괜찮지만 내가 안 좋은 상황일 때 음주를 택하는 건 굉장히 지양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에서는 오히려 좀 더 냉철하게 나한테 이득이 될 만한 행동들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가령 운동이라든지 그런 걸로 기분 전환을 하는 게 훨씬 좋다고 생각하고 차라리 친구를 만나서 대화하고 산책하고 이렇게 하는 방향이 장기적으로 봤을 때 더 좋아 보여요.
피망: 근데 저도 뉴스나 기사 같은 걸 자주 봤는데 힘들 때 술을 마시는 습관을 들이면 알코올 의존성이 되는 게 쉽대요. 근데 그럼에도 본인한테 맞는 스트레스 해소 방법이라면 저는 괜찮을 것 같아요. 저한테 스트레스받았을 때 음주하는 건 좋은 습관은 아니었던 것 같아요. 그냥 잠깐의 도피처를 제공해 주는 수단에 그치는 것 같아서요. 그래서 제가 즐기는 방법은 아니지만 본인한테 음주가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이 된다면 생활에 지장이 안 가는 선에서는 괜찮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어요.
Q. 대학 생활에서 음주는 필수일까?
건성: 필수는 아니고 선택이라고 생각하지만, 대학 생활에서 음주를 너무 제외하면 재미가 떨어질 수 있다고 봐요. 그 시절에만 느낄 수 있는 하나의 문화고 분위기인 건 맞으니까요. 물론 그 시절에 안 한다고 해서 문제가 되는 것도 아니고 다른 재미로도 찾을 수 있겠다만 음주가 주는 각종 경험은 못 해보는 거잖아요. 그래서 없어도 상관은 없으나 즐거움이 줄어들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꿍얼: 저도 필수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실제로 제 주변에는 단체로 술자리 할 때 안 오는 친구들이 훨씬 많거든요. 특히 학과 친구들 같은 경우에는 사실 그냥 낮에만 보지 밤에 잘 안 봐서 그 친구들 보면 굳이 대학 생활에 음주 문화가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어요. 한편으로는 신문사 친구들하고 모일 때는 거의 매번 술을 마시는 것 같은데 술자리에서 더 추억을 쌓는 면도 있는 것 같아요. 물론 이제 비음주자인 짜장 씨처럼 옆에서 지켜보는 사람은 사람들이 점점 하나둘씩 정신을 놓아가는 과정을 봐야 해서 좀 힘들 수도 있겠지만요. 그냥 술 마신 사람으로서는 분위기가 뭔가 술이 없을 때와 달라지는 그 분위기가 좋았던 것 같아요. 그래서 결국엔 선택 아닐까요?
피망: 근데 확실히 생각이 많아지는 질문인 것 같아요. 이게 차라리 음주는 필수일까라고 하면은 당연히 아니지라고 말할 수 있거든요. 근데 대학 생활에서 음주는 필수일까라고 생각하니까 전 대학에서의 모든 자리가 다 음주로 귀결되는 느낌을 받긴 했거든요. 왜냐하면 MT 같은 데 가면 조금 전에 건성 씨가 말씀하셨던 것처럼 다 같이 앉아서 술을 마셔야 하는 등 ‘해야 한다’에 가까운 자리들이 많은 것 같긴 해요. 그런 부분을 봤을 때 이제는 세상이 바뀌고 있다고 한들 대학 생활을 하는 데 있어서 어느 정도 음주를 하는 게 사람들끼리 친해지는 데 필수적인 요인이 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대학 사람들 만났을 때 우리 나중에 밥 한번 먹자 보다 우리 다음에 술 한잔하자는 얘기를 더 많이 들었거든요. 대학 생활에서는 어느 정도 음주가 필수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하품: 사실 전 1학년 때 술을 못 마시는 사람이었거든요. 빠른이라서 술집에 들어갈 수가 없었어요. 그러다 보니 솔직히 말해서 조금 힘든 점이 많았는데요. 친구들이 술을 마시러 가고 싶어 했는데 저 때문에 술집은 못 가니까 편의점 노상을 하는 날이 많았죠. 그런 부분에서 사실 아쉬운 점이 많았어요. 학과 회식 자리에도 참여를 못 하며 대학 생활을 하는데 모르는 사람이 많아져서 참가하기가 좀 꺼려지기도 했고요. 그때 제가 술을 마실 수 있는 상황이었으면은 더 자연스럽게 어울릴 수 있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은 하는데, 제가 지금 제 학과에서 사귄 친구들 같은 경우도 절반이 술을 아예 못해요. 근데 그렇게 만나도 되게 잘 만나고 잘 놀아요. 그래서 정말 성향 차이인 것 같아요. 물론 저는 가끔 아쉬움이 남아요. 술을 마시고 싶을 때 같이 마시지 못하는 상황에 씁쓸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결국엔 안 마시는 사람들끼리의 모임이 형성된 거니까요. 음주는 성향에 따른 선택이라고 봐요.
짜장: 개인적으로 생각했을 때 삶의 추구미가 어떤지에 따라서 조금 다르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드는데요. 대학 생활에 “어떤 로망이 있냐”라고 물어봤을 때 어떤 분들은 “나는 과팅 나가고 동아리 들어가는 게 로망이다”, “대학 도서관에서 공부해 보는 게 로망이다” 등 정말 다양한 로망이 존재하거든요. 그렇다 보니까 자신의 추구미에 따라서 음주의 필요 여부가 달라진다고 봐요. 그저 제 대학 생활 추구미는 혼자 박물관 가고 공강 시간에 혼자 도서관 가서 책 읽고 카페 돌아다니고 이런 거였기 때문에 저는 음주가 필요한 활동들을 로망으로 삼지 않았어요. 그래서 음주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저와 반대되는 대학 생활을 즐기고 싶었던 분들은 당연히 음주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실 수 있다고 느껴서요. 각자 삶의 방향성 내지는 각자가 생각한 대학 생활의 진가가 뭔지에 따라서 갈린다고 생각해요.
피망: 확실히 저 부분에 살짝 덧붙이자면 본인이 어떤 풀에 있는지에 따라서도 좀 다른 것 같기는 해요. 제가 음주를 계속하게 됐던 이유 중 하나가 제 주변 사람들이 거의 술자리를 즐겼기 때문도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왜냐하면 제가 1학년 때 소주를 아예 못 마셨어요. 그랬는데 대학에서 여러 활동을 하고 각종 직책도 맡다 보니 술을 필수적으로 마셨던 순간들이 많아졌고 그러면서 음주가 필수라고 생각하게 된 것 같네요. 저도 사람인지라 안 마시고 싶은 날이 당연히 있죠. 근데 그런 자리에서까지도 매번 술을 마셔야 하다 보니 이 사회는 음주 문화가 필수적으로 자리를 하고 있다, 음주를 안 하면 되게 힘들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던 순간들이 많아요.
짜장: 서로 친해져야 하는 새 학기에 친목 시간이 많기 마련이죠. 그런데 요즘은 밥을 먹기보다도 술자리를 가지는 것 같아요. 그게 어쨌든 일대일로 대화를 이끌어 나가는 게 어려워서 그런 거라고 생각해요. 대학생 중 일대일로 밥 먹고 커피 마시면서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끌어 내고 원활하게 소통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는 건 되게 고스펙이라고 생각해요. 그런게 잘 안되는 사람이 많다 보니 술자리를 만들고 서로 가벼운 만남을 이어가려고 하는 게 아닌가 싶네요. 대학생이 술을 마실 때 사실 정신을 놓으려고 가는 경우가 더 많다 보니 저는 아이스브레이킹 용으로도 음주가 많이 사용되는 것 같아요. 진지한 관계를 잘 못하는 것 같기도 해서 씁쓸하네요.
피망: 사실 단발성 관계에 그치는 경우도 많다 보니까 어색함을 없애기 위해 술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네요. 예전에 활동을 같이했던 분들과 친해질 겸 같이 밥을 먹으러 갔어요. 낮이었는데도 불구하고 너무 어색하니까 초면에 술을 한잔했던 기억이 나요. 적막이 흐를 때 다들 잔 채우라고 하면서 같이 건배하는 것만큼 분위기를 풀기 좋은 방법이 없더라고요.
😎 경기대에서 술 좀 마셔본 사람들의 술집 추천 한번 들어볼래?
수원캠퍼스 ver.
- 유명한 안주 맛집, 다양한 술은 덤이죠!
📍 더부엌 본점
- 뜨끈하고 매콤한 국물에 소주 한잔 어때요?
📍 경기대닭발
- 시간은 늦었고 갈 곳은 없고 그런 우리의 안식처
📍 사쿠라
- 가성비 연어회 한 접시 하이볼이랑 먹으면 기가 막혀
📍 이자카야 연무
서울캠퍼스 ver.
- 학교 앞 치킨집 인정할 수밖에 없는 맛집일걸?
📍 BHC치킨 서대문역점
- 분위기 좋은 중식 주점, 나만 알 수 없지!
📍 서문객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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